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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5
Travel
천상의 풍경 공룡능선
글ㆍ사진 : 홍성호(춘천시)
사진 : 강원관광사진공모전(이아영_공룡능선의신비, 이명휘_공룡능선의빛, 조계영_울산바위아침)



독자 기행문



청춘시절부터 산을 좋아해 전국에 있는 국립공원  유명한 산은 대부분 올라보았다

물론 모든 등산로를   것은 아니고 정상까지 가장 짧은 등산로 하나쯤은  봤다는 말이다국내외를 막론하고 내가   중에서 최고는 단연 설악산이다지리가 웅장하고 좋다지만 산중경치와 섬세함 등등에서 설악을 따라올 수는 없다설악산에는 오색백담사한계령서북능선  다양한 등산코스가 있지만 그중 으뜸은 공룡능선이다공룡은 이름에서 느끼는 중압감과 오르내리기 어렵다는 일반적인 인식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지만 일단 가보면  매력에 빠져  번씩 다시 찾게 되는 최고의 등산코스다.




 



30여년  여름아들이  살쯤 먹었을  둘이서 버스를 타고 홍천속초를 거쳐 처음으로 공룡능선을 갔었다. 

오후 두시쯤 설악산 입구에서 출발해 소풍가는 기분으로 비선대를 거쳐 금강굴에서 부처님께 국태민안을 기원할  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이어지는 끝없는 계단은 ‘하필  여길 왔을까’ 하는 생각이 수없이 들게 했다요즘 등산로 같은 덱 계단도 아니고 수없는 장마가 흙을 쓸어내려 보내고 남은 돌로 대충 얽어 놓은 계단이 아닌 계단의 연속그나마 경사가 심한 곳엔 어지럽게 놓인 바위들을 타고 가야   살짜리는 몸을 뒹굴어 올라야 했고 30대의 젊음도 쩔쩔  수밖에 없었다실제 경사도는 25 정도겠지만 심정적으로는 45도를 넘게 느껴졌고 휴식의 빈도가 점점 짧아져 나중에는 5미터마다 ‘아이고’ 소리와 함께 앉을  밖에 없는 지경이었다


두시간쯤 계단을 헤매다 드디어 능선에 올라서니 세상에서 제일 시원한 맞바람이 불어왔다. 계단에서 단련된 몸이 능선을 만나니 마등령까지 두시간쯤 걸리는 거리는  그대로 탄탄대로라  감고도   있을  같았다 시절에는 공원내 야영이 불법이 아닌지라 마등령에는 열동    있는 텐트 터가 마련돼 있고 오세암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샘이 있어서 저녁을 지어먹고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산아래 운해가 가득했다보름달이 훤하게  있는 산중에 동해바다까지 펼쳐진 구름 바다는 처음으로 보는 선경이었다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천상의 풍경을 보면서  바다에 뛰어들고 싶다거나 구름 이불에 눕고 싶다는 얘기를 나누었다




돌학
코주부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드디어 말로만 듣던 공룡능선 산행을 시작했다. 

30분쯤 걷자 깍아지른 절벽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 등등 드디어 우리나라 최고의 경치가 시작되었다발자국마다 멈춰 서서 ‘정말 멋있다여기서 그냥 살았으면 좋겠다 말을 반복하다 보니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늦어지게 된다다행히도 등산객이 적은 철이라 망정이지 단풍철에는 교통체증이 일어났을게다능선을 가다보니  바위를 깎 만든 토끼길 만한 등산로가 있는데  끝에 가니 길은 끊어지고 앞에  소나무가 있어 나무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곳이 있었다혼연일체라더니 바위나무가 힘을 합쳐 만든 길이었다


공룡능선의 꽃은 뮈니뭐니 해도 중간쯤에 우뚝 솟은 바위봉인 주봉이다. 

주봉을  살펴보면 오랫동안 바위를 깎 만든 길이 있는데  길을 따라 몇 발자국만 올라가면 에델바이스를   있다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안개와 이슬 그리고 빗물을 먹고 버티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생명력에 저절로 경외심이 느껴진다 아래언덕에는 천막을  놓고 음료수 등을 파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다섯배쯤 비싼 탄산 음료는 인간세상의 것보다 열배쯤 시원하고 맛있었다




공룡바위
공룡바위




공룡능선은 대부분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이라 코끼리 바위돌고래 바위 등등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닮은 바위가  있고 절벽을 이룰만큼  바위에 태고적부터 내린 비가 물길을 만들어 놓은  보면 누구나 인간은 정말 한낱 티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바위틈에 뿌리를 두고 뻗은 소나무가 하필 등산로에 몸을 걸치게 되어 사람들의 발에 껍질을 반쯤 벗긴채 목숨을 이어가는  보면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저절로 느끼게 된다


네시간쯤 걸으면 되는 공룡능선은 영동과 영서를 나누는 마루금이라 동쪽에는 안개가 끼고 비가 오는데 서쪽에는 해가 뜨는 이상한 광경도 만나게 된다. 게다가 털진달래너스레나무나 누운 잣나무  아고산대 수목은 없지만 등대시호나 바람꽃 같은 고산식물도   있다공룡능선은 바위지대라 물이 없어서 충분한 식수를 준비해야 하지만 장마철에는 바위틈에 가끔씩 샘이 생겨나기도 하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능선 내내 대청봉이 마주 보이고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설악의 아름다움에 빠져 걷다보면 어느새 신선봉을 거쳐 희운각에 닿게 된다거기서부터 설악동은 지금까지에 비하면 포장도로라 시작한지 열시간만에 웃으면서 설악동으로 내려 왔다.




 



  이후  아름다움을  보고 싶어 다섯 번쯤  갔었는데 희운각을 들머리로 잡는 것이 비선대 쪽보다 훨씬 쉬웠다한번은 구름 속을 걸어 오른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안개가 심하게 끼었나보다 하고 걷다보니 어느 순간 햇살이 번져 구름이 세상으로 내려와  속을 걸었다는걸 깨달았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산이 없고 곱지 않은 풍경이 없지만 공룡능선의 여름 풍경이 자연이 만든하늘이 낳은 지상 최고의 풍경이자 천상의 경치라고 생각한다

언제 다시 가볼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죽는 그때까지 그날을 꿈꾸고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