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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7
Nature & Taste
달빛 아래 술 익는 소리, 홍천 '마마스팜'을 찾아서
: 전영민
사진 : 박상운


강원 홍천군 모곡리. 

예부터 '보리 골짜기'라 불리던 한적하고 고즈넉한 마을에 들어서면, 마을 어귀부터 코끝을 간지럽히는 달큰하고도 눅진한 향기가 객을 맞이한다. 

'어머니의 골짜기'를 만들겠다는 안종권 대표의 뚝심이 빚어내는 천연 발효의 숨결, 전통 양조장 '마마스팜'에서 피어오르는 누룩 향이다.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어머니의 마음을 술독에 담겠다는 그의 철학은 이 쿰쿰하고도 깊은 향기에서부터 이미 증명되고 있는 듯하다.





21일의 기다림이 빚어낸 조선의 숨결

양조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늘한 공기 사이로 정갈하게 늘어선 항아리들이 눈에 띈다. 영월과 정선에서 술도가를 운영하던 가업을 이어 14년 전 홍천에 터를 잡은 안 대표는 오직 '전통 누룩'이라는 외길을 걸어왔다. 초창기 일본 흑초를 능가하는 현미식초 개발에 쏟았던 그의 열정은 이제 홍천의 맑은 물과 우리 농산물을 품은 전통주로 만개했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누룩. 오랜 문헌 연구 끝에 기어코 재현해 낸 조선시대의 이화곡, 향원곡, 백수환동곡 등 전통 쌀누룩과 잡곡 누룩이 이 방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가바쌀과 유기농 현미, 그리고 해양심층수. 좋은 술은 결국 가장 좋은 재료에서 시작됩니다."


그의 말처럼 마마스팜의 누룩은 뇌 기능 증진에 좋다는 가바쌀 등 최상급 재료만을 고집해 정확히 21일간의 숙성을 거쳐 완성된다. 속성으로 쪄내는 현대의 방식과는 궤를 달리하는, 어쩌면 미련할 정도로 정직한 시간의 예술을 안 대표는 고집한다.





숫자 '320'에 담긴 옹고집, 그리고 달빛 한 모금

마마스팜을 대표하는 수많은 명주(名酒)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순도 100% 프리미엄 탁주 '문삼이공(Moon320)'이다. 잔에 따르는 순간, 물에 비친 뽀얀 달빛을 그대로 떠온 듯한 단아한 자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직관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이 이름 뒤에는 안 대표의 양조 철학이 암호처럼 새겨져 있다.


3 (세 가지 원료): 쌀, 누룩, 물 오직 세 가지만을 허락한다.

2 (두 번 빚음): 밑술에 덧술을 입히는 이양주 방식으로 깊이를 더한다.

0 (무첨가): 인공 감미료나 화학 첨가물은 일절 배제한다.




여기에 산양삼의 뜨거운 기운을 펄펄 살려낸 '양막걸리', 하수오와 칡, 석류의 차분하고 서늘한 기운을 담은 '음막걸리'는 음양의 조화까지 술잔에 담아냈다. 두 해 전, 지역 명을 자랑스럽게 내건 전통 증류 소주 '모곡 53'을 연달아 선보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명품 특산주로 비상하고 있다.






자장가 삼은 항아리 숨소리

발효실 깊숙한 곳, 귓가를 기울이면 '톡, 톡' 혹은 '뽀글뽀글' 하며 미세하게 기포가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효모가 당을 먹고 알코올을 뿜어내며 치열하게 살아 숨 쉬는, 이른바 '술 끓는 소리'다.



"항아리에 귀를 대고 술이 끓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요. 품이나 시간, 노력이 일반 술과는 차원이 다르죠."


안 대표의 눈빛이 항아리를 어루만질 때 가장 빛났다. 5명의 조합원이 땀 흘려 만들어낼 수 있는 술은 1년에 고작 1만 리터 남짓. 현대적인 설비와 장비를 들여왔음에도, 그가 끝내 대량 생산과 타협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공정의 핵심은 결국 사람의 정성 어린 손길"이라는 굳건한 믿음 때문이다. 정성과 온기가 스며들지 않은 술은 결코 참된 맛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전통주도 훌륭한 우리의 음식입니다. 

K-컬처, K-푸드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데, 

정작 우리 술이 그만큼 각광받지 못해 참 아쉽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나서는 길, 안 대표가 남긴 묵직한 한마디가 오래도록 귓가에 맴돌았다. 

잊혀가는 우리 술의 가치를 묵묵히 빚어내는 보물 창고 같은 마마스팜.

오늘 밤, 오직 쌀과 물, 누룩 그리고 장인의 땀방울로 빚어낸 달빛 한 잔을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전통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기꺼이 홍천 모곡리 '어머니의 골짜기'로 발걸음을 향해볼 일이다. 

술 익는 향기와 사람의 체온이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Tip. 마마스팜. 홍천군 서면 장락동길7. https://mamasfarm.co.kr. 033-434-8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