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척 미로면 활기리. 가슴 높이 직경이 70cm를 훌쩍 넘는 고목 1천여 그루가 빽빽하게 들어선, 그야말로 국내 최고 수준의 금강송 군락지다.
지난 2020년 7월, 광활한 68.3ha 대자연 위에 조성된 이 숲은 팬데믹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묵묵히 너른 품을 내어주었다.
휴양을 넘어 숲의 호흡을 인체와 교감시키는 다채로운 치유 프로그램을 선보인 결과,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23년 한국관광공사 추천 웰니스 관광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돌담이 정갈하게 쌓인 방문자센터에서 가벼운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치유센터로 향했다.
약 20분 남짓 이어지는 아담하고 소박한 오솔길.
매끈하게 정돈된 폭신한 흙길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순간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볼까?' 하는 강렬한 충동이 일었다.
산바람이 계곡을 타고 넘어올 때마다 나뭇잎들이 사르르 출렁이며 초록의 파도 소리를 냈다.
숲속 산책의 감흥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 손에 쥐고 있던 카메라도 쉴 새 없이 울리던 휴대전화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오롯이 숲의 숨결에만 집중해 보고픈 마음.


# 나무가 품고 치유하는 공간, 치유센터
자연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치유센터에 닿았다.
내외부가 온통 나무로 지어진 이곳은 들어서는 순간 짙은 나무 향이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목구조의 장점을 십분 살려 자연과의 완벽한 공존을 이뤄낸 치유센터는 개관과 동시에 산림청 공공분야 목조건축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2층에 마련된 족욕실과 온열실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며 창밖의 숲을 바라보는 시간.
뻣뻣하게 굳어있던 몸의 감각과 긴장감이 눈 녹듯 스르르 풀려나갔다.
단순히 걷는 숲이 아니다.
숲속 명상, 족욕과 온열 테라피, 힐링 다도까지...
자연의 요소가 인체의 면역력을 깨우는 거대한 '치유의 장'이다.





치유의 숲이 가진 매력의 정점은 짧게는 10분, 길게는 3시간이 훌쩍 넘게 이어지는 15개의 치유 숲길 코스에 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코끝을 맴도는 진한 피톤치드, 계곡물에서 하얗게 부서지며 뿜어져 나오는 음이온이 일상의 축축한 고민마저 상쾌하게 증발시켜 버린다.
고요함 속에서 묵묵히 걸음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대자연이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마법 같은 경험.
숲길 산책은 그렇게 심신을 더 맑고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고 있었다.


자연이 가진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정수(精髓)만을 꾹꾹 압축해 놓은 듯한 곳.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올가을에는 무거운 일상의 배낭을 잠시 내려두고,
대자연이 내미는 다정한 치유의 손길을 꽉 맞잡아 보는 것은 어떨까.
깊고 고요한 안식이 치유의 숲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