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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9.
Cover Story
철원 금학산과 삼척 덕항산
글·사진 : 주민욱 본지 객원작가

 



봉우리마다 독특한 멋을 뿜어내는 

삼척 덕항산 



단풍을 기대했던 이날, 생각과는 달랐다.

‘올해의 가을 산’이라는 기획으로 지난해 10월 19일 올랐던 덕항산(1072.9m)을 담은 카메라 앵글에는 온통 안개와 구름이 가득했다.

폭우에도 초록의 기운이 여전히 남아있던 덕항산은 암벽등반에 익숙한 필자에게도 조금 힘겨웠다. 시간 조율을 잘못한 탓이었다.





그날, 환선굴 주차장에서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와 구름 사이로 힐끗 보이는 산세를 마주하고, 조금 주눅 든 기분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다들 ‘동양 최대 규모’에 홀린 듯 동굴로 몰려가 사진을 찍으며 실컷 감탄하고 나니 시간을 너무 써버렸다.


사실 덕항산 일대는 대이리 동굴 지대(천연기념물 제178호)로 봉우리마다 독특한 멋으로 유명하지만, 쉽지 않은 코스로도 알려진 데다 새벽까지 내린 많은 비로 등산로 상황마저 좋지 않았다. 진흙 길에 너덜지대는 미끄러움의 연속이었다. 또 가파른 구간이 어찌 계속 이어지는지 밧줄을 잡으며 올라서야 했다. 정말이지 만만찮았다. 이미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등산객이 조언을 건넨다.


“이곳으로 올라오셨어요? 힘드실 텐데요.” 두 번째 등산객도 같은 걱정을 해준다.





잘못 올라왔나?

너무 늦게 산을 타기 시작한 데다, 폭우가 쏟아진 다음이니까 싶었다. 그래서 더 서둘렀다.

제1전망대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제2전망대로 향했다. 속도가 제대로 붙지 않았다. 갑자기 환선굴 이정표가 등장하는데 제2전망대로 갈 수 있는 약 25m 정도의 직진코스다. 몹시 가파른 철제 계단을 지나면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다.


깎아지르는듯한 절벽은 최고의 풍광을 선사했다. 100대 명산의 위용을 보여준달까.

이곳을 지나서 지각산(환선봉)을 거치면 백두대간 줄기인 덕항산으로 이어진다.





내려갈 일이 걱정이었던 우리는, 결국 정상을 포기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습기 가득한 숲은 두 배로 힘들었다. 전망대에서의 감격을 되새길 여유도 없이 3시간 남짓 한 시간을 집중해서 걸었다.

안도와 함께 오랜만에 다리와 팔로 제법 느껴지는 통증이 기꺼웠다.

하지만 알게 됐다. ‘덕항산은 덕항산만, 환선굴은 환선굴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과한 욕심은 아쉬움을 불러온다는 것을 철저히 배운 날이었다.




찾아가는  :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대이동굴관광센터. 033-541-9266

코스 : 환선굴 - 1.1km - 약수터( 1ㆍ2 전망대) - 0.8km - 자암재 - 0.45km - 헬기장 - 1.4km - 지각산 - 1.6km - 덕항산 - 0.4km - 쉼터
 









궁예의 역사를 품은 947m 

철원 금학산 



학이 막 내려앉은 모습을 닮았다는 철원의 금학산(金鶴山)은 해발 947m의 명산이다.

후삼국 시대 9세기, 궁예와 얽힌 이야기도 전해진다.

도선국사가 금학산을 진산으로 정하면 명산의 힘을 받아 300년을 통치할 것이며, 고암산으로 정하면 국운이 25년밖에 못 갈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궁예가 끝내 고집을 부려 고암산으로 정하는 바람에 18년(태봉, 901년~918년) 통치 끝에 멸망했다는 고사가 언급될 정도다.(www.cwg.go.kr/tour.)




산세는 험준하고 웅장하다. 마애 석불, 부도 석재 같은 유적도 있다.

시작은 철원여중·고교 옆길 입구. 임도를 따라가면 금학체육공원이다. 

급경사로 부를만한 등산로를 따라 지그재그 형식으로 설치한 나무 덱은 마치 숲 체험 공간 같아서 주민이 애용하는 산책 코스로 딱 맞지 싶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2km 정도. A 코스로 올라서는 구간이다. 

방공호와 참호가 군데군데 남아있어 최전방임을 실감하게 된다.

숲 사이로 30여 분 올라서면 금학산을 대표하는 매바위가 우람차게 솟아있다.

저 멀리 철원 시내와 평원이 한눈에 들어오고 하늘과 맞닿은 매바위는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노랗게 물든 평야 너머로 북쪽을 바라보노라면 왠지 뭉클하다

아마도 지나오며 확인한 참호 때문이겠지.

바위 지대를 걷고, 거친 구간도 몇 군데를 지나면서 안개가 더욱 자욱해진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때 가을 산행은 유독 비가 잦았다. 헬기 착륙장을 거쳐 다시 언덕.

정상이다.





곧바로 B 코스로 하산을 시작했다. 전날 비가 많이 왔다더니 자꾸 미끄러진다.

조심스럽게 돌을 밟고, 로프를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려선다. 가파를 때는 조심해야 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속으로 외치게 된다. 산행은 무조건 안전이 최고라는 것.

멀리 도심은 보이는데 등산로는 여전히 신경 쓸 여력을 주지 않았다.





1km 남짓 걷고 나면, 마애불상 삼거리. 

100미터 정도 더 내려갔다가 마애불상에서 다시 올라서서 거북이 약수터로 내려가면 완만한 내리막이다. 

돌이 무척 많아서 끝까지 긴장해야 한다.

걷기 앱을 열었다. 

총 7km, 4시간. 오늘도 흡족했다.





찾아가는  : 철원군 동송읍 이평로123번길 40 철원여고 공영주차장. 033-450-5365(철원군청)

코스 : (A 코스철원여중·고교 옆길  금학 체육공원  비상 도로(0.65km)  매바위(0.55km)  능선(0.7km)  정승 바위  정상  (B 코스우측 하산로  용바위(0.47km)  갈림길 - 마애불상  갈림길  거북이 약수터(비상 도로 밤나무골 도로  철원여중·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