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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9.
Nature & Travel
가을이 한가득
봉평오일장
: 전영민
사진 : 박상운



전통시장 시리즈


문학과 전통이 흐르는 

평창 봉평오일장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

만개한 새하얀 꽃이 소금을 뿌린  

숨이 막힐  흐뭇한 풍경을 내비치는 봉평 



한국 현대문학의 백미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무렵 묘사한 봉평은 예나 지금이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초가을흥정천 변을 따라 흐드러지게  메밀꽃을 길벗 삼아 걷다 보니어느새 허생원의 아련한 추억이 깃든 봉평장에 닿았다아직 늦더위를 품은 햇발이 장터에 벌여놓은 간이 텐트 아래로 등줄기를 훅훅 볶아대지만왁자지껄하게 피어 오른 사람들의 온기가 그보다  뜨겁게 거리를 채우고 있다.






장돌뱅이의 계보를 잇는 삶의 현장

메밀꽃이 만개할 무렵의 봉평장은 마치 커다란 마을 잔치라도 열린  한껏 흥이 올라 있다

소설  장돌뱅이가 나귀를 끌고 걷던 장터는 오늘날 번듯한 상설 재래시장으로 변했지만,  매월 2일과 7일로 끝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전통 오일장이 열리며  모습이 소환한다



장날이 서면 약속이라도   강원 각지에 흩어져 있던 상인들이 속속들이 모여,  순식간에 100 개의 점포가 골목골목을 가득 채우는 진풍경을 연출한다현대판 장돌뱅이들의 억센 생명력과 활기가 시장 통로를 따라 메아리친다.






메밀로 시작해 메밀로 끝나는 시장 거리

규모는 소박하지만  속은 옹골차다갖출  알차게  갖춘 봉평장의 주인공은 단연 메밀

혈관 건강에 좋은 루틴(Rutin) 풍부하다고 알려진 메밀은 장터 곳곳에서 다채로운 얼굴로 행인을 맞이한다

메밀가루를 비롯해메밀 찐빵메밀 만두메밀 머핀메밀 파운드케이크메밀 감자빵까지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갖가지 먹거리가 발길을 붙잡는다.



먹거리뿐만이랴상인의 손끝에서 봉평의 특산물은 훌륭한 수공예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머리를 차갑게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메밀 베개 앞에서는 따스한 흥정이 오갔다

    베갯잇도 제가 손수  지은 거예요.” 

투박하지만 다정한 상인의 목소리에는 자연이 내어준 재료에 정성을 더하는 수고로움이 배어 있었다





변치 않는 봉평의 감동  사발

저잣거리를 가득 메운 고소한  부치는 냄새에 홀린  먹거리 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식당들은 이미 몰려든 식객들로 만석

봉평장의 필수 코스인 메밀전과 메밀전병이   없이 철판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간다.



올챙이국수도 맛있어요봉평에서 직접 키운 옥수수로 갈아 만든 거예요

시장 모습이야 많이 달라졌지신식 건물도 올라가고

그래도 맛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변함없어.”


40 넘게 봉평장 먹거리 장터를 지켜왔다는 전상국 

주인장의 자부심 섞인 추천을 따라 후루룩 올챙이국수  그릇이 초가을의 텁텁한 갈증을 시원하게 씻어 내린다

 세월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담긴 먹거리에 감동  사발을 들이켠  흐뭇함이 감돈다






자연과 함께훈훈한 사람 냄새

장터 한편에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정직하게  흘리는 이들의 이야기가 훈훈하게 피어난다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아무것도 몰라 그저 동네 할아버지할머니께 인사만 열심히 했다며 웃음을 짓는 ‘왕족발’ 아주머니

남편의 정직한 먹거리 철학을 응원하며 무농약 감자전을 굽는 ‘나들이 부침 전순자 

그들의 다정한 미소 속에는 정겨운 우리네 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봉평의 맑은 자연이 키워낸 농산물도 빼놓을  없다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놀랍게도 시장 한편에 떡하니 자리 잡은 과수원이 나타난다

장터  과수원을 운영하는 조원재 씨의 매대에는 홍로아리수부사홍옥  갖가지 품종의 사과가 탐스러운 빛깔을 뽐낸다

일교차가  고랭지 특유의 기후 덕분에 당도가 높고 과육이 단단해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의 자랑 섞인 설명에는 봉평의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 가득했다.



장터를 빠져나오는 , 다시 마주한 메밀밭 위로 가을 햇살이 부서져 내린다

한결같이 인정이 넘치고자연이 내어준 풍요가 그득한 봉평장

 가을이 훌쩍 떠나버리기 

산허리를 하얗게 물들인 메밀꽃이  지기 

  막히도록 흐뭇한 풍경 속으로 기꺼이 걸어 들어가 보시길

지나온 시간과 사람자연을 돌아보게 하는넉넉하고 다정한 위로를 마주하게  테니 말이다



Tip. 평창 봉평오일장. 평창군 봉평면 동이장터길 14-1. 033-336-9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