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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9.
Letters to the Gangwon
그리움이 실린
정선의 송어 비빔회
글·사진 : 유경홍
일러스트 : 최혜선 본지 객원작가



독자기고



세상을 살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맛이 있다

배가 고파서 생각나는 맛이 아니라 시절의 풍경과 냄새사람의 온기까지 함께 되살려 주는 그런  말이다.

내게는 강원특별자치도특히 평창과 정선 땅의 싱싱한 송어 비빔회가 그렇다.


어릴  살던 고향엔 송어양식장이 있었는데 워낙 비싸고 고급 어종이라 불리던 탓일까

 근처에서 가볼 수는 있어도 먹어  수는 없었던 송어.

지금은 여러 지역에서 맛볼  있는 송어는 연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방이 적어 담백하고 살이   단단해서 좋다.


양어장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송어에 간장과 고추냉이를 곁들여 먹는다그리고 양배추  여러 채소를 썰어 고추장을 섞고 콩가루를 뿌린 것을 곁들여 먹는다고소한 콩가루를 추가하는 이유는 송어가 지방이 적어 고소함을  느끼도록 하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그저 회에 채소와 콩가루를 버무린 민물고기 비빔 음식쯤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젓가락을 드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아삭한 채소들의 식감은 강원도의 시린 계곡을 품은  시원했고 잡아 올린 송어는 싱싱했다.


새콤하고도 매콤한 비빔회가 혀끝에 닿자마자 무더위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마치 태백의 시리고 맑은 계곡이 목구멍을 타고 몸속으로 흘러드는 느낌이었다그릇  오이와 채소는 아삭거렸고회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했다 조화는  폭의 풍경화처럼 완벽했다.


하지만 지금도  비빔회가 생각나는 이유는  때문만은 아니다.

창밖으로 보이던 푸른 신록텃밭에 가득하던 옥수수들맑은 계곡의 물소리그리고 함께 웃으며 젓가락을 들던 사람들

송어 비빔회  그릇에는 평창과 정선의 여름이 담겨 있었고고향의 넉넉함이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세월이 흘러도  맛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속에 남아 있다어느  문득 지친 일상에서 평창이나 정선을 떠올리게 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도 오대산의 웅장함이나 정선아라리가 아니다얼음에 살짝 올려져 냉기 가득하던  붉은 생선  점이다.


어쩌면 사람은 맛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맛에 깃들어 있던 시간을 기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평창과 정선의 송어 비빔회는 내게 음식이 아니라다시는 돌아갈  없는 어느 여름날의 푸른 추억이다송어는 연어과 물고기로 하천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간  다시 하천으로 돌아오는 ‘모천 회귀성 母川回歸性’ 어류라 한다.

이제 객지에 나와 수십 해를 살던 내가 이토록 강원도 고향 땅의 송어 비빔회를 최고로 치는 것을 보면 어머니의   川의 그리움이 아닐까?


하천에서 부화한 물고기가 바다로 가서 성어로 자란 다음 산란을 하러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회귀한다는 이야기

올여름도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송어회를 찾을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제 나도  타지로 떠났다가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갈 때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