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닫기
2026. 10.
Letters to the Gangwon
캠핑 명소, 횡성 북천교
글ㆍ사진 : 김경석

 


독자기고


보통 캠핑장을 떠올리면 덱과 칼같이 나뉜 구역이 떠오른다. 하지만 횡성에는 계절마다 이름 모를 들풀과 야생화가 자유롭게 피어나고 강변 풀숲 사이로 마치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나만의 비밀 캠핑장이 있다. 

   

매표소도, 지정된 자리도 없이 일찍 도착해 마음에 드는 곳에 짐을 푸는 사람이 그날의 주인공이다. 그럼에도 화장실과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마련돼 있어, 자연을 보전하고자 하는 지자체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던 6월 초. 태어난 지 갓 4개월을 넘긴 둘째와 캠핑을 사랑하는 6살 첫째를 데리고 주말 나들이를 계획했다. 둘째의 첫 나들이인 만큼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원주 근교에서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러던 중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종종 들렀던 횡성 ‘북천교 주차장’이 떠올랐다. 그곳으로 결정하고 우리 가족은 거창한 준비물 필요 없이 아기자기한 원터치 텐트 한 동, 캠핑 의자와 돗자리, 김밥과 컵라면을 챙겨 곧장 출발했다. 

   


캠핑장으로 가는 길에 먹구름도 보이고 비가 올 수도 있다는 기상청 예보에 발길을 돌리려 했지만 그래도 볕이 강한 날씨보다는 괜찮을 것 같아 계획대로 이동했다. 도착한 강변은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하늘이 흐렸지만, 오히려 구름 아래 따뜻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 캠핑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에는 비가 오지 않아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방문객들이 많지 않아 넓고 강이 잘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서 짐을 하나하나 꺼내 텐트를 펼친 뒤 돗자리 위에 짐을 풀었다. 한껏 신이 난 첫째가 캠핑 의자도 스스로 펼치고 먹을거리를 나르면서 신이 난 모습에 웃음바다가 펼쳐졌다. 목을 가누지 못하는 둘째를 돗자리에 잘 눕히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챙겨 온 김밥과 라면을 먹어 치운 뒤 본격적으로 자연을 누리는 시간을 가졌다. 

   

캠핑 의자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았다. 산비탈에서 시작해 강물을 스치며 주차장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피톤치드 가득한 소나무 숲의 청량함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텐트 안을 맴도는 바람결 사이로 ‘졸졸’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는 몇 달간 밤잠을 설쳐가며 쌓였던 육아의 피로를 싹 씻어내 주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첫째가 내 손을 이끌고 강변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둘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강 쪽으로 이동했다. 

   

첫째와 나는 손을 꽉 잡고 조심스레 돌다리를 건너며 맑은 물살 사이로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들을 구경했다. 바람에 맞춰 ‘살랑살랑’ 춤을 추는 갈대도 신기한 듯 어루만지며 자연을 만끽했다. 강변의 돌멩이와 들풀은 그 어떤 장난감이나 아파트 놀이터도 주지 못한 값진 경험을 선물했다. 둘째도 첫 낯선 환경에 놀랄 법도 한데, 유전자는 못 속이는지 유모차에 얌전히 누워 바람을 느끼고 들풀과 야생화를 응시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만끽하고 있었다. 두 아이가 각자의 모습으로 자연과 동화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평온이 밀려왔다. 

   

화려한 시설도, 즐길 거리도 없지만 강변에서의 시간은 번잡한 관광지보다 진짜 휴식을 안겨줬다. 

가끔은 잘 짜인 계획보다 발길 닿는 대로 머무는 자연 속에서 더 큰 행복을 얻는 것 같다. 

앞으로는 자리 경쟁이 꽤 치열해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