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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1.
Art & Culture
강원을 찾아온 공예명작전
글 : 오가영 큐레이터
사진제공 : (재)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

 

Homo Faber/ Homo Sentiens: 제작하다, 감각하다



# 전국의 공예명작을 지역에서 만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찾아가는 공예명작전’은 한국 공예의 우수성과 동시대 공예의 다채로운 모습을 지역 시민에게 소개하는 순회 전시 사업이다.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누고, 4명의 공예 전문 큐레이터가 각기 다른 주제로 전시를 기획해 수도권에 집중된 공예 전시를 지역에서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강원권에서는 《Homo Faber/ Homo Sentiens: 제작하다, 감각하다》를 주제로 원주, 춘천, 강릉 세 도시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원주 학성갤러리에서 첫 전시를 마쳤으며, 11월 24일부터 국립춘천박물관에서, 2027년 1월 22일부터 강릉아트센터에서 전시를 이어간다.


원주학성갤러리 전시 전경




# 만들고 감각하는 인간, 공예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흙을 빚고, 나무를 깎고, 금속을 두드리는 공예가는 재료를 직접 만지고 다루면서 그 성질을 알아간다. 단단한 재료를 깎아 형태를 만들기도 하고, 열과 힘을 가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꾸기도 한다. 재료의 무게와 온도, 질감과 탄성을 살피며 내린 선택은 작품에 흔적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는 무엇을 느낄까? 표면의 질감을 살피고, 형태와 무게를 상상하며,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을 떠올릴 수 있다. 《Homo Faber/ Homo Sentiens: 제작하다, 감각하다》는 무언가를 만들고 감각하는 인간의 특성에 주목한다. 공예가의 손에서 시작된 감각이 작품을 만나는 사람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는지 살펴보는 전시다.


전시는 작품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을 제안한다. 재료가 지닌 고유한 성질을 살펴보는 ‘물성’, 재료가 제작 과정을 거치며 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변형’, 작품과 공간, 관람자의 움직임까지 경험의 범위를 넓히는 ‘확장’이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작품을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고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도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달라진다. 전시장을 천천히 걸으며 재료의 특징과 작가의 선택을 살펴보면 공예를 한층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다.


국가무형유산 나전장·칠장 이수자 이상훈 작가의 매죽함
국가무형유산 나전장·칠장 이수자 이상훈 작가의 매죽함


실리콘을 소재로 작업한 권슬기 작가의 예술 장신구





# 강원도의 공예유산부터 새로운 재료의 실험까지

전시에는 27명의 작가가 참여해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강릉 자수, 방짜수저, 옻칠채화, 원주한지, 흑자, 평창방림 삼베민속 등 강원특별자치도의 무형유산 6종을 비롯해 전통 공예 기술을 바탕으로 한 작품과 동시대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참여 작가 중에는 국가무형유산 입사장 보유자, 매듭장 이수자, 나전장·칠장 이수자와 경상남도 무형유산 소목장 이수자도 있다. 2026년 서울시 유리지 공예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로에베공예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작품에 사용된 재료는 도자, 금속, 나무, 유리 등 익숙한 것부터 가죽, 한지, 실리콘, 벨크로, 폴리에스테르 오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전통 공예의 기술과 현대적인 재료 실험을 두루 살펴보며 오늘날 공예의 다채로운 표현을 감상할 수 있다.



강릉 자수 체험 현장 사진 

 




# 눈으로 감상하고, 손으로 직접 경험하는 공예

전시를 더욱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원주 전시에서는 강릉 자수 체험을 진행했으며, 춘천 전시에서는 강릉 자수와 전통 매듭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강릉 자수 체험은 강릉전통자수장 김순덕 작가와 함께한다. 강원특별자치도 무형유산인 강릉 자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직접 바늘과 실을 다뤄 손거울을 만들어 본다. 전통 자수의 특징을 알아보고 자수 작품을 활용해 소품을 완성하는 과정도 경험할 수 있다. 


전통 매듭 체험은 국가무형유산 매듭장 이수자 김시재 작가와 함께한다. 전통 매듭의 쓰임과 기법을 알아보고, 직접 매듭 소품을 만들어 본다.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통 공예의 기술을 손으로 익혀 볼 수 있다.


춘천 전시의 체험 프로그램 세부 일정과 신청 방법은 추후 찾아가는 공예명작전 인스타그램(@kcdf_myeongjak) 등을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전시 관람 후 감각을 기록하는 참여공간





# 마음에 남은 작품, 감각을 기록하다

전시를 모두 둘러본 뒤에는 기억에 남는 작품을 보며 느낀 감각을 기록하는 참여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태블릿에 작품을 보며 느낀 감각을 글로 남기면, 그 기록을 대형 모니터를 통해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작품을 보며 떠올린 생각이나 재료의 질감에서 느낀 감각, 형태를 마주하며 받은 인상 등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면 된다.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눈여겨보는 부분과 느끼는 감각은 다르다. 다른 관람객이 남긴 기록을 읽으며 나와는 다른 감상을 발견할 수도 있다. 작품 감상에서 나아가 각자의 감각을 나누고 전시 경험을 되짚어 보는 공간이다.



전시실에서는 참여작가들의 제작과정 영상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 만드는 일과 감각하는 일, 그 사이의 공예

공예를 감상할 때는 작품의 아름다운 형태에 먼저 눈길이 간다. 하지만 잠시 더 들여다보면 표면의 질감과 재료의 무게, 형태를 완성하기까지 작가가 내렸을 선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작품을 바라보는 위치를 바꾸거나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Homo Faber/ Homo Sentiens: 제작하다, 감각하다》는 재료를 다루는 손의 감각과 작품을 마주하는 사람의 경험을 함께 살펴보는 전시다. 작품의 형태와 표면, 재료의 특성을 천천히 관찰하며 공예를 만드는 일과 감각하는 일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강원도에서 펼쳐지는 공예명작전을 찾아 작품의 형태와 재료가 전하는 감각을 천천히 살펴보자. 

익숙하게 보았던 공예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전시 일정 *

  • 원주 학성갤러리: 2026년 9월 17일~10월 24일
  • 국립춘천박물관: 2026년 11월 24일~12월 27일
  • 강릉아트센터: 2027년 1월 22일~2월 21일

※ 원주 전시는 종료되었으며, 이후 전시는 춘천과 강릉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