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닫기
2017.11
103호
Tour
고생대 흔적이 남긴 비경, 구문소
VIEW.9681
안선희 본지 객원 작가이자 전 디지털타임스 디지털뉴스부장
사진 홍원기 본지 객원 작가


강물이 산을 뚫었고, 그 강물 위에 석회동굴이 있다?

구문소(求門沼).

실물을 보기 전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신비로운 곳이다. 특히 10월 마지막 주 구문소로 향하는 길은 가을 깊숙이 들어가는 환상적인 코스였다.

왼연한 가을빛에 물들어 있었고, 직접 눈으로 확인한 모습은 글로 읽던 설명만큼이나 신령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조선시대 이후 민간에 널리 유포된 예언서 ‘정감록(鄭鑑錄)’에 ‘자시(밤 11 ~ 1시)에 열리는 거대한 석문을 지나면 사시사철 꽃이 피고 전쟁과 재난이 없는 오복동이라는 이상향이 나온다. ’’는 말이 있는데, 그 석문이 바로 구문소를 일컫는다고 한다.

안쪽 바위 벽어는 이 말을 뜻하는 ‘오복동천 자게운(五福洞天 子開門)’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상향으로 통하는 비밀의 문처럼 보이는데 약 1억 5천만 년 전에서 3억 년 전 사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에서 시작된 황지 천과 철암천이 이곳에서 만나 오랜 시간 석회암 암벽을 깎아 내렸고, 지히에 생성돼 있던 단층동굴을 관통하며 동굴이 점점 확장돼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하천 상류에서 자주 보이는 구불구불한 감입곡류 하천과 석회암의 용식작용이 더해져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지형을 탄생시켰다.

‘구문’은 구멍·굴의 옛말로, 강물이 산을 뚫고 소(沼)를 이룬 곳을 구문소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다른 말로 뚜루네 또는 ‘구멍소’로도 불렸다. 강물이 산을 넘는다는 ‘도강신액價江山脈)’이라는 멋진 문구가 바로 아곳에서 실현된 것이다.

폭과 높이가 30여m 정도 되는 석문은 울그림자가 어른거려 마치 밑에서 조명이 비춰진 듯 하다. 신비한 푸른 물길은 몇 가지 전설을 만들어내 용에 얽힌 전설을 형상화한 용 조각상이 서 있다.

구문소가 생기기 전, 석벽을 사이에 두고 황지천과 철암천에 청룡과 백룡이 살았는데 늘 낙동권의 지배권을 놓고 싸웠으나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어느 날 백룡이 꾀를 내 석벽 믿을 뚫고 청룡을 물리쳤다. 백룡은 승리의 여세를 몰아 승천했고, 이 때 구문(구멍) 소가 생겼다는 내용이 가장 대표적이다.

갖가지 전설과 얽혀진 비경은 조선시대부터 수많은 선비들에게 시적 영감을 주었다.

구문소가 오랜 시간 울길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품이라면, 주변은 한반도 지사(地史)를 알려주는 지질학의 보고다. 20억년~5억 년 전, 즉 선캄브리아대에서부터 신생대까지 땅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진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4km의 자연탐방로는 고생대의 화석과 단층, 부정합 등의 지질구조가 퇴적지형 위에 겹겹이 쌓여있는 곳이다.

석회암층에 잘 나타나는 건열구조와 바람이나 물의 움직임에 의한 물결자국, 동식물의 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흔적 등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지구과학 수업시간에 들었던 용어들과 교과서를 통해 사진으로만 봤던 삼엽충과 스트로마톨라이트등의 화석이 발아래 이어진다.


자연 탐방로는 숨바꼭질을 하듯, 다양한 지질현상을 숨겼다가 폴어놓기를 반복하며 이곳이 오래 전 바다였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마당소와 삼형제 폭포, 닭 볏 바위 등 아름다운 풍광에 더해 고생대 흔적이 지천에 널려 있는 이곳은 연구 자료로서 중요한 학술적 가치가 커 2000년 천연기념울 제 417로 지정됐다.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오를 수 있는 정자자게루에 올랐다. 자게루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소나무 사이사이로 보아는 주변 풍경은 당당한 물소리와 만나 머릿속에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

혹시 저 깊은 물속개 용이 살고 있거나 용궁, 혹은 유토피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



TIP

구문소(태백시 동태백로 11, 033-550-2828) 주변으로 선캄브리아시대

부터 신생대까지 각 시대별 생물의 진화과정에 대한 설명과 다양한 화석들

이 전시돼 있는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www . pal eozoi c . go . kr, 태백

시 태백로 2249, 033-581-3003)이 있다

태백 레이싱 파크와 철암 단풍 군락지도 볼만한 구경거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