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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8
108호
Tour
DMZ 펀치볼 둘레길 속 오유밭길
VIEW.9435
조은노
사진 홍의표ㆍDMZ 자생식물원


갑자기 다가온 한 여름 기온이 느닷없이 치솟았던 지난 5월말.

홍의표 작가는 다시 펀치볼을 찾았다. 오유밭 숲 길 촬영을 위한 두 번째였다.

 

휴전선에서 남북으로 불과 2km 남짓한 구간에 설정된 비무장지대. 사진이 곧 일이기도 하니 자주 다니는 DMZ 구역이건만 붉은 색으로 그려진 지뢰 표시는 매번 긴장감을 준단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일 년에 한두 번 이상은 꼭 찾게 되는 비무장지대이지만 언제나 날이 선 듯 차가움이 공존한다. 잊고 있었던 현실이 훅 치고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홍 작가가 찾은 이날에도 마침 탐방 신청들이 있어 동행했다고 한다. 지난해 봄, 평화의 숲 길 코스를 소개(본지 97호)할 때만 해도 계절별로 소개해야 지 싶었는데 쉽지가 않다. 이번에는 오유밭길 여름편이다. 섣부르지만 ‘만대 벌판 길은 가을에 한번 꼭 다시 알려야지!’ 마음을 먹어본다.
화채 그릇 같다는 *펀치볼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오르막 끝에 덜렁 놓인 소나무 아래서면 마을이 그대로 보였다. 453번 지방도를 따라 동면 팔랑리와 해안면 만대리를 잇는 돌산령 터널을 지나면 펀치볼이 시야에 확 들어오는 데 그 풍광을 마치 눈앞으로 당겨 놓은 듯했단다.
대부분 그럴지도 모르지만 갑자기 눈 아래로 펼쳐지는 농경지 평야는 왠지 참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산으로 에워싸여 아늑한 듯 한 곳에 밭을 일궈 터전을 이룬 사람들이 선연해서?
평야가 주는 풍요로움이 보여서일까? 이곳 시래기가 유명한 이유는 어쩌면 지형 덕분일까?



숲길 체험 지도사를 따라 숲 속으로 들어섰다.
원시림이다. 숨소리 하나 없는 좁은 길이 조심스럽다. 왠지 말소리도 크게 내면 안 되겠다 싶다.
우산나물, 박새, 관중, 벌깨 덩굴 미나리 냉이, 야생화 군락이 예쁘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한창 더워지는 계절이라 초록만 무성했다. 잠깐 한눈을 팔면 미확인 지뢰지역이다.
이름 모를 야생화들에는 이름표들이 달려있다.
펀치볼 둘레길을 조성한 이들의 숨은 노력이 보이는 현장이다. 자연학습의 장이다.
당개지치, 큰앵초꽃도 많이 피고 개미취와 원추리가 ‘지천’이라는 설명을 듣다 보면 어느새 자생식물원(해안면 만대리)이다.



1953년 7월27일 휴전 상태로 분단된 지 만 65년. 통제되어 왔기 때문에 그 어디에서 찾아 볼 수 없게 독특하게 형성된 자연 생태계가 가진 생물다양성과 희귀 야생동식물 서식을 연구하고 보전하기 위한 설립된 곳이다. 식물 2,237종, 어류 106종, 양서ㆍ파충류 29종, 조류 201종, 포유류 52종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고산 식물원과 보전원, 서부평야지역의 습지, 임진강, 한강의 저층습지를 보전하기 위한 ‘저층 습지원’, ‘고층 습지원’, ‘DMZ기억의 숲’이 있다.



투어가 끝날 즈음 유영호 조각가의 작품 그리팅맨(인사하는 사람)이 마치 고맙다는 듯 ‘잘 가’라며 정중한 인사를 건넨다. 한반도의 정 반대편인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도 설치되어 현지 관광책자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명물이 됐다고 하니 새삼 자랑스럽다.



(사)DMZ 펀치볼 둘레길 김정배 사무국장은 “계절마다 벌판의 색도 생명의 틔움도 삶의 모습도 제각기 다르다”면서 “아름다운 숲을 걷는 동시에 역사와 평화, 자연을 만날 수 있는 특이한 숲길”이라고 설명한다. 또 “오유저수지와 포도밭을 거쳐 만대2교를 지나면 200년이 넘는 느릅나무인 일명 형제나무가 있는데 동생을 구하려다 형도 함께 죽은 연못을 메웠는데 그 자리에서 느릅나무 두 그루가 솟아났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형제나무 앞을 지나면 사이가 좋아진다는 속설을 들어야 제대로 걷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무작정 걷기 보다는 만대3교와 냇가 버들 길, 해안선사유적지 앞에서 이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꼭 들어보기 권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니까”라면서 권유한다.

 


 

*펀치볼 : 가칠봉(1,242m)•대우산(1,179m)•대암산(1,304m), 달산령으로 둘러싸여 해발고도 평균 400∼500m가 되는 해안분지. 암석의 차별풍화와 침식에 의해 형성. 한국전쟁 때 유엔 종군기자가 화채 그릇(Punch Bowl)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TIP: www.dmztrail.or.kr, komount.kr. 양구군 해안면 후리 621. 033- 481-8565. 따뜻한 시골 음식 숲 밥도 배달한다. 예약은 필수.

 

둘레길 코스
* 평화의 숲길: 편도 14.km. 센터 –와우산 전망대-자작나무숲-잣나무숲 길-정안사
* 오유밭길: 편도 14.6km. 센터-오유 저수지-야생화 공원-DMZ 자생 식물원-선사 유적지
* 만대벌판길: 편도 17.2km. 센터-DMZ자생식물원-성황당-강송 조림지-먼멧재숲길
* 먼멧재길: 편도 16.2km. 센터-지뢰지대-먼멧재봉-전차 방어선-만대 벌판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