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293M 고지.
진부령에서 시작해서 오르기를 18km 남짓. 6·25 전쟁 당시 북에서 끝까지 탈취하고자 하는 바람에 수 차례 포격을 견뎌내면서 산봉우리 특유의 뾰족함은 남아있지 않으니 품은 사연이야말로 처연함 그 자체다.
DMZ(비무장지대) 구역에 자리 잡아 일반인은 오고 갈 수 없는 백두대간 진부령~향로봉 구간이 지난 10월30일 처음으로 문을 활짝 열었다.
사실 강원도는 남북정상이 만나 DMZ 일대를 평화지역으로 조성하자고 합의하기 이전부터 진부령에 인접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유전자원보호구역을 관리하고 있는 동부지방산림청, 국방의 책임을 맡고 있는 육군 12사단, 해당 관할 지역인 고성군과 협의하며 공개를 추진해왔다. 봄에서 가을로, 10월 13일에서 30일로.
뒤바뀌기를 여러 차례.백두대간 종주의 완주를 꿈꾸는 많은 산악인들의 소망이 실현되는 날. 신청 사이트를 열고 반나절 만에 마감을 끝냈다. 오죽하면 진부령에 백두대간 기념공원이 만들었을까?
‘백두대간’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은 기념비들은 다 그런 그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일 터다.
그린데탕트(Green Détente) 남북 화해무드를 타고 산림과 환경 사업을 통해 긴장 완화를 실현하며 남북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강원도의 의지는 강하다.
그래서 행사의 이름도 민족 평화 트레킹 대회.
백두산 장군봉까지 이어지는 길이라서 일까? 마침, 날도 참 좋았다.
‘전날만 해도 춥고 비가 오더니 딱 맞춤으로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여주더니 소복한 눈길도 만들어 주는구나!’ 군용 도로로 만들어진 임도 길이라 아기자기한 맛은 없지만 ‘남한 끝 향로봉’이라 하니 ‘이쯤이야’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필자로서는 이미 겨울이 덮쳐 올해 첫 눈을 밟게 해 주니 마냥 기껍기만 했다.
요즘 강원도에서는 이 길목이 정기적으로 열릴 수만 있다면, 향로봉~북한 백두산 장군봉 코스로 이어지는 ‘강원도형 그뤼네스 반트(Grunes Band, 옛 동·서독의 경계선에 보존된 녹색지대로 생태관광지)’로 만들자는 이야기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정상에 올라 저 멀리 북녁땅을 바라본 참가자들이 다들 한마음이었음을 뉘라서 부인할까.
이날 개최된 한반도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통일 기원제에 모두의 마음이 담겼다.
‘백두산 장군봉으로 걸어서 가볼 수 있기를…… 어서 빨리 그 날이 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