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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2
110호
Culture
새롭게 단장한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VIEW.9528
글ㆍ정리 김효화ㆍ조은노
사진 박상운


아이들이 어릴 때 내 집처럼 드나들다가 자라나는 세월만큼 점차 잊혀져 가고 있었던 공간.



어쩌다 타지 외빈들이 찾아오면 들려졌던 곳.
상상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지난 9월 재단장을 하고 재도약을 꿈꾸는 그곳에 원고 청탁을 받고서야 모처럼 길을 텄다.



쪽빛처럼 파란 가을 하늘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는 의암 호숫가에 고요히 자리 잡아 위치만으로도 한 몫 하기에 드라이브 코스로도,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분위기를 연출하기에도 꽤나 괜찮아서 방문을 하던 날, 모처럼 설렜다.



재개관? 무엇이 달라졌나? 역사와 원리를 알려주는 콘텐츠에 집중해 더 꽉꽉 채워 넣었다.
1936년 우리나라 최초 상영 애니메이션인 ‘개꿈’의 캐릭터를 만들어 고종 황제가 사용했다는 차종으로 당시 연도의 포드 자동차를 전시하고 그 옆에 세웠다. 시대상을 반영한 구성인데도 ‘깜직’했다. 애니메이션의 발자취가 담긴 기록물들을 기증한 이들을 소개하는 존을 입구 전면에 배치한 것도 눈에 확 들어온다.



척박했던 문화 환경에서 한국의 애니메이션 분야를 이끌어온 감독들과 관련 종사자들의 노고를 널리 알리고 싶어하는 기획의도가 한껏 드러난다. 세계 최초였던 에밀레이노의 시각극장, 얼 허드가 최초로 선보였다는 셀 애니메이션,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영원한 셀러인 백설공주. 100년 이상 된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이제는 휘기 아이템인 초기 애니메이션작들이 태블릿을 통해 연속 상영되는 데 제법 흥미를 끈다. 1976년 개봉되자 마다 시장을 석권했던 ‘로봇 태권V’의 6m 높이 짜리 대형 피큐어는 압도적이다.


 

제작 당시 만들어진 모형이라는 설명이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를 통해 이어진다. 필자에게는 마치 로봇 기지를 연출한 것으로 보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한국애니메이션 아카이브.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어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주류였다는 국쾌남(대한극장 창립인), 문달부, 김청기, 임정규, 신동헌 감독이 소개되고 황금박쥐, 아기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 뽀로로의 캐릭터와 스토리 보드도 마련했다.




2층은 해외편. 미국, 영국,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소상하게 정리했다. 심혈을 기울인 태가 역력한 디지털 애니메이션 체험관은 420㎡를 확장해 핀 스크린(하얀 판 위에 수천 개의 얇고 날카로운 핀을 꽂아 놓고 옆에서 비추는 조명과 핀들의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그림자를 만들어 흑백의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 네이버 지식백과)을 설치했다.


 

 

원리를 설명해주는 직원을 상주하도록 한 점도 관객에 대한 최선의 배려를 고민한 흔적이다.
‘주인공 캐릭터 체험’은 선택 종류가 늘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탄성을 질렀다.
구름빵도, 아기공룡 둘리도, 바로 ‘나’이다.
더빙 체험관도 나름 인기다. 내가 선택한 캐릭터의 대사를 따라 했을 뿐인데 ’어라? 내 목소리네!’.
상영 영화에서 음성이 들려오는 순간 ‘까르르르…’ 웃음이 터지고 박장대소가 이어진다. 30~40대 성인들을 위한 추억의 ‘달려라 하니’도 추가했다. 어색해했던 어르신들도 한번 해보자고 나선다.



새로 만들어진 기획전시실에는 한국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을 제작한 신동헌 감독의 추모 1주기 특별전이 재개관 기념 첫 전시로 열리고 있다.
만추로 젖고 겨울이 시작되어 휴일이 지루할 때 한번 찾아봄직하다.


 

 


TIP
바로 옆 토이로봇관에서는 로봇이 조종하는 마리오네트 인형공연과 로봇 군무를 볼 수 있고 로봇 권투, 축구, 미로 경주게임을 즐길 수 있다.
12월25일 성탄을 맞아 깜짝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1월에는 초등학생을 위한 로봇코딩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한다.


문의
www.animationmuseum.com
춘천시 서면 박사로 854. 033-245-6444, 6470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어린이 6,000원, 어른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