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위를 걸었다.
꿈같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철원 한탄강은 한파가 몰아치는 1월 초 형상이 은하수같이 넓고 큰 여울[灘]
이라 하여 붙여져 오직 겨울에만 열리는 길이다. 단단히도 얼어붙어 얼음 트레킹으로 인기가 그만이다.
U자형 계곡에 수심 30-50m에 수직으로 곧게 뻗어 그대로 장관이 되는 절벽, 주상절리는 매번 촬영을 할
때마다 매료되곤 한다.
직탕폭포에서 시작해 송대소를 거쳐 마당바위, 고석정, 순담계곡까지 7.5㎞.
1년 중 영하 15~20도 강추위가 지속되니 칼 바람을 아랑곳하지 않는 트레커들로 북적거린다.
아이들처럼 달리기를 해보는 풍광도 간혹 마주친다. 경주를 해도 끄떡없다.
걷는 재미도 참 쏠쏠하지만 한 겨울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달까.
유속이 빠른 곳은 군데군데 채 얼지 않은 곳이 있어서 나름 스릴도 제법 있다.
부교가 설치되어 물론 안전하다.
특히 태봉대교에서 승일교에 이르는 3.5㎞ 구간은 15~25㎝ 두께의 얼음이 물샐틈없이 꽉 들어차 발을 구르고 뛰어다녀도 전혀 무리가 없지만 그래도 얼음이다.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등산화와 아이젠, 스틱이 필수다. 스틱은 얼음을 두드려 안전을 확인할 때도 유용하 게 쓰인다. 또 강에는 바위가 많은데, 바위 주변은 피해서 걸어야 한다.
언뜻 안전해 보이지만, 사실 바위는 햇볕을 받아 주변이 가장 먼저 녹기 때문이다.
얼음에 발을 올려놓는 때 “쩡~~~ 쩡~~” 하는 소리는 간담이 서늘하다.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인가 싶지만 사실은 얼음이 더욱더 단단하게 얼어가는 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