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7번 국도인 동해대로를 달려 그곳에 도착했다.
외옹치 바다향기로(路).
입구에 내걸린 그 이름을 한 자씩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비릿하고 달큼하고 은은한 향기가 훅 콧속으로 스미는 듯하다.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의 무게는 잠시 내려두고 겅중겅중 바다 위로 이어진 길을 따라 코끝에 향기만 매달고 걸어보기로 한다.
# 속초 도보 여행의 첫 코스 외옹치 바다향기로
속초에서 외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대포 항이라면 지척인데도 그동안 의외로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 바로 외옹치(外甕峙)다. 이곳의 지명은, 부락의 형태가 항아리 즉, 독을 엎어 놓은 형상을 한 옹치 산에서 유래되었다. 장독처럼 생긴 고개의 바깥에 있다 해서 ‘밧독재'로 불리기도 했다. 외옹치는 속초 8경중 하나다.
바다향기로는, 설악산의 명물 울산바위를 모티프로 설계되었다는 롯데 리조트를 끼고 이어진 해안 산책길이다. 얼마 전 방영된 한 드라마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제법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65년 만에 개방된 동해안 두 번째 해안가 둘레길
그러나 이곳이 개방되기까지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1953년 휴전 이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으며 1970년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해안 경계 철책이 설치되면서부터는 완전 차단돼 누구의 발길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던 곳이 리조트가 완공 시점과 군 경계 철책철거 사업과 속초 관광 특구 활성화 사업이 맞물려 진행되면서 65년 만인 2018년에 비로소 ‘바다향기로’ 라는 근사한 이름의 해안길이 만들어졌다.
오랜 기간 폐쇄되었던 곳답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이 바닷길은 강릉 정동심곡 바다부채 길에 이어 동해안에 두 번째로 만들어진 해안 탐방로다. 외옹치 해수욕장에서 외옹치 항까지 총 1.74km 해안가 둘레 길로 지난해 4월부터 전 구간을 개방했다.
# 남녀노소가 걷는 주제가 있는 길
코스별로 이름도 붙였다. 대나무 명상 길, 하늘 데크 길, 안보체험길, 암석 관찰 길. 각각의 의미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부분 해안 경계 철책선이 철거되어 현재 남아있는 200m정도의 철책 선은 안보 체험 길로 활용되고 있다.
넉넉하게 잡아도 왕복 1시간. 경사도 급하지 않아 계단은 오르내리기 편하다.
나이 지긋한 노부부, 가족, 젊은 연인들, 홀로 걷는 사람들까지. 청량한 파도소리와 울창한 해송들의 솔 내음. 걷는 내내 드넓은 동해바다를 품에 안아보고 독차지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 에필로그
먼저 다녀간 이가 전하는 당부하나. 이 길에서 하지 말아야 한 가지는, 빨리 걷지 않는 것이다. 느리게 걸을수록 보고, 듣고, 누리게 될 아름다움은 배가 될지니. 조급하게 내달리는 세상이야 바닷길 저 편의 일.
시간도 시름도 잠시 잊자. 바다의 향기에 취해 자박자박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볼 일이다.
주소
외옹치 바다향기로. 속초시 해오름로(속초시 대포동 712)
TIP
▶기상 상황에 따라 입장이 금지될 수 있다.
▶입장료 : 무료
▶개방 시간 : 하절기– 07:00~19:00, 동절기- 08:00~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