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내디딜 때 마다
짙은 운무가 감겨 드는 길
푸른 녹음과 어우러져
그저 신비하고 안온하다
세계 유일한 올림픽 로드인 올림픽 아리바우길 세 번째 길은
정선 구절리 역-이성대-노추산 정상-모정탑-강릉 왕산면 배나드리 마을
정선선을 타고 달리며 증산 역(현 민둥산 역)과 구절리 역을 왕복하던 1707호 비둘기 열차는 지난 2001년 11월 14일을 끝으로 운행을 중단했다.
한국 철도 최후의 완행열차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석탄 산업이 사양화되면서 점차 쇠퇴의 길로 접어든 아우라지 역과 구절 역을 잇는 7.2km 구간은 결국 폐선으로 남아 지금은 관광 열차인 정선레일바이크가 달리고 있는 데 노선을 따라 카페와 식당들이 모여 있고 연일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올림픽 아리바우 길 3코스는 이런 화려함을 뒤로 하고 자연 속으로 빠져드는 길이다.
아마도 9개 코스 가운데 가장 힘든 구간이지 싶어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 노추산(1,322m)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표고 차 900미터를 극복해야만 한다.
구절리 역에서 철길 옆 송천을 따라 걷다 보면 구절교가 나온다. 여기서 도로를 가로지르면 중동마을로 가는 도로가 나오면서 500m쯤 걷다 보면 왼쪽에 노추산 이정표가 나온다. 2km 정도 올라서면 본격적으로 노추산으로 향하는 산길이 이어진다. 정상까지는 2.3km 정도지만 오르막길이다. 제법 경사가 급하다. 겨울에는 제대로 된 전문 등반 장비를 갖추어야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리지만 1,000m의 고도에서는 금세 더위가 식힌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로 혹시 몰라 가져온 가벼운 방풍 재킷을 꺼내 입었다.
이런 길이 있을 줄이야. 늘 다른 예상 밖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이다. 너덜지대가 나타난 것도 신기한데 마치 원시림인 듯 깊은 숲이 등장한다.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우니 카메라를 잡는 필자는 마냥 신이나 고됨도 잊었다. 정상으로 오르기 400m 전, 드디어 이성대 이정표가 나왔다.
여름에는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터. 발길을 옮기면 바로 모습을 드러낸다. 안개에 휩싸인 자태가 그만이다.
이성대는 노추산에 들어온 설총과 이이를 기리기 위해 50년 전쯤 강릉 주민이 지은 사당이다. 2층 목조건물로 지어졌으며 사당 앞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보는 조망은 압권이다. 한참을 머무르다 다시 가파른 경사를 200여 미터 올라서면 정상이다.
그러면 이제는 완만한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오솔길을 지나 비포장 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임도 길은 끝나도 계곡 길로 들어선다.
깊숙한 숲 사이로 들려오는 계곡의 물소리가 옹골차다. 푸른 이끼들로 채워진 돌과 바위 사이로 흐르는 계곡 수는 비경이다.
40분 남짓 걸어 계곡을 가로 지르는 목조다리를 지나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돌탑더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은 아주 조그만 시작일 뿐이다. 수많은 크고 작은 돌탑 무리들이 계곡 한 곳을 에워싸고 있는 광경에 한동안 눈을 돌릴 수가 없다. 차순옥 이라는 강릉 아주머니가 노추산 계곡으로 들어와 소원의 돌탑을 쌓았다고 한다. 남편이 원인 모를 병에 걸리고 자녀도 병으로 죽자, 돌탑 3,000개를 쌓으면 우환이 가신다는 것을 꿈을 꾼 뒤 율곡 선생의 구도장원비가 세워진 이곳을 찾아 돌탑을 쌓고 점차 집안의 우환이 가셔 26년간 3천개를 쌓고 2011년생을 마감했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이제는 소원 성취 기원의 명소(본보 92호 소개)가 되었다니 아리바우 길로 이 길이 명명된 이유 중 하나일까 싶다.
사연에 감동하고 되새기다 보면 캠핑장을 지나치고 송천을 옆에 끼고 415번국도 노추산로를 300여 미터 걸어가면 3코스 종점 배나드리 마을이다.
문의
올림픽 아리바우길 3구간 : 13.8km
정선 구절리역 1.3km –등산로 입구 4.6km –이성대 400m-노추산 정상5.1km-모정탑1.8km-배나드리 마을(강릉 왕산면 노추산로 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