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주민욱_본지 객원 작가
윤문 조은노
겨울을 품은 올림픽 로드 다섯 번째
백두대간이 보여주는 이국의 정취
안반데기(피덕령) 1km- 멍에 전망대 4km- 고루 포기산 5.1km-능경봉 2km-대관령 하행 휴게소
참 범상치 않다.
올림픽 아리바우길 5코스의 지명들은.
시작점인 안반덕 피덕령(강릉시 왕산면 안반덕길 461)부터, 뭘 또 그렇게 멍에를 지었나 싶고, 고루 포기란 단어도 사실 이 능선을 넘을 때까지 들어 본 적 없는 말이었다.
떡메로 쌀을 내리칠 때 쓰는 안반처럼 생긴 ‘덕’(산 위에 형성된 평평한 구릉지대)이라는 뜻으로 ‘안반덕’의 강릉 방언이기도 하다.
해발 1000m. 험준한 백두대간 자락의 고지대.
한국전쟁 후 미국의 원조 양곡을 지원받고 1965년 국유지 개간으로 감자, 약초를 재배해오다가, 1995년부터 주민들이 농지를 불하 받으면서 현재는 최고 등급으로 인정받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 산지이기도 하다.
이곳의 봄은 늦게 오고 겨울은 일찍 시작된다. 보통 추석 전에 배추를 수확하는 데 이후 겨울이 시작되면 이국적인 설국으로 변신한다. 하늘 아래 펼쳐진 늦가을 배추밭과 은하수가 잘 보이는 곳으로, 또 ‘무박 차량 최고의 야경 출사 장소의 하나’로 꼽히며 사진작가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기도 하지만 필자에게는 역시 최고의 설경을 볼 수 있었던 곳으로 남아있다.
지난 1년여간 올림픽 로드 탐방을 진행하면서 굳이 미루어 두었던 까닭은 겨울을 담기 위함이었다.
마침 올해 초, 대설이 멈춘다는 일기 예보를 접하고 서둘러 길을 떠났다.
산행 장비도 단단히 갖추었다.

피덕령에서 올라서니 멀리 전망대가 보인다. 올라가기를 5분. 마소가 달구지나 쟁기를 끌 때 목에 거는 막대를 이르는 멍에를 닮았다는 멍에 전망대다. 휘몰아치는 풍력발전기 아래에서 폭풍 같은 눈보라를 마주하고서 동행했던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쳐댄다.
“바로 이 맛이지”
참으로 운수 좋은, 바로 그런 날이었다.
맑게 갠 푸른 하늘 아래 간혹 대관령의 바람이 뿌려주는 휘날리는 눈꽃이 선물 같았다. 동해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와 그야말로 금상첨화.
지나는 사람 하나 없고, 폭설에 파묻히는 발목을 꺼내는 사투를 벌이다 보면 어느새 백두대간 구간인 고루포기산 입구다. 강릉시 왕산면과 평창군 대관령면의 경계에 위치해 강릉에서는 ‘골폭산’, 평창에서는 ‘고루포기산’이라고 부른다. 

조선 영조 대 조선의 산맥 체계를 도표로 정리한 책 「산경표」(신경준)에서 ‘백두대간은 백두산으로부터 시작하여 지리산에서 그친다’라고 밝혔는데 남쪽에서 시작은 진부령(고성)이다. 미시령, 한계령, 조침령, 구룡령, 진고개, 그리고 이 대관령을 거쳐 지리산까지는 약 670km이다.
대관령은 백두대간을 통과하는 능선 길이다. 능경봉을 지나는 7km 구간인 대관령 하행 휴게소까지 이어진다. 올림픽 아리바우 길 중 가장 해발고도가 높은 구간이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은 빠른 걸음을 허락하기 않는다.
우거진 나무숲을 지나 능경봉 전망대에 이르면 우측에 강릉시와 동해 바다의 수평선이 선명하게 내려다보인다. 여기서부터 마지막 지점인 대관령휴게소까지 3km는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설국의 올림픽 아리바우 다섯 번째 길
파노라마로 펼쳐진 안반데기부터, 울창한 나무숲으로 둘러싸인 백두대간의 위용으로 이어지는 장쾌함은 다음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문의
●강릉시 종합관광안내소 033-640-4537, 4531
●평창군 관광안내센터 033-330-2771
●강원도 관광협회 033-244-6899
●www.안반데기.kr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2214-107. 033-655-5119. 010-8500-6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