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먹던 감자 맛이었다.
포슬포슬한 오륜 감자와의 첫 만남은 40여 년 전 소년 시절 추억을 소환하며 미소 짓게 했다. 오륜 감자를 처음 재배한 서진석 씨(원주 신림. 56세). 수확을 며칠 앞두고 매일 새벽 감자밭을 바라보며 기도한 것 은 한 가지였다. 새로운 소득 작물로 자리 잡아 주길 바라는 간절함이다.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강원도 감자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개발했다며 작목반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한 치의 망 설임도 없이 지원한 이유기도 했다. 감자생산 전 과정 기계화기술 지원을 하는 데다, 새로운 종자를 심어 볼 수 있 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신림동 일대에서 네 농가가 참여했다. 원주농업기 술센터로부터 씨감자를 지원받아 4월 초 9개 밭 15,000㎡에 심었다. 한약재 사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천하의 명약’이라고 불리는 유황도 사서 4번이나 뿌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115일.
지난 7월 17일 1,200㎡에 심은 첫 감자를 수확했다. 반신반의하며 심었는데 다행히 수미보다 농사는 훨씬 수월했다. 병충해에 강하고 무게도 더 나갔다. 갓 수확한 감 자를 쪄보니 팍신해서 감칠맛이 훨씬 좋았다. 하지만 수확량은 예년만 못했다.
서 씨는 “보통 150g 정도 돼야 상급으로 판매할 수 있는데 100g 이하 감자가 40% 정도 되네요. 또 갈라지는 열과
현상도 많이 발생해서 상품 가치가 떨어져요. 뭐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하니까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합니다.”
라고 했다.
낮에 밭에서, 저녁에는 책을 찾아 읽고 그렇게 20여 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대규모 농사를 짓는 선배들과 지속 적인 교류를 하며 아직도 공부 중이라는 그.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신림동 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가볍단다. 6만㎡ 땅에 심어진 양파, 감자, 마늘. 하루가 다르게 녹음 짙어지는 채소를 지켜보다 코끝을 스치는 흙냄새만 맡아도 평화롭다. 행복이 따로 없다고 했다.
“서울에서 한약재 사업을 위해 원주로 이사 왔지만, 동업자와의 갈등으로 2년 만에 모든 것을 잃었어요. 그때 바닥 까지 내려가 봤기 때문에 웬만한 어려움에는 내성이 생겼지요. 당시 고민 끝에 시작한 농사였는데 벌써 18년이나 됐네요.”라며 “농부로서, 오랫동안 연구해 개발한 오륜 감자가 어서 빨리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식량 작물의 블루 오션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