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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
120호
Culture
한글, 콘텐츠가 되다. 강릉 '글씨당'
VIEW.9784
전영민_강원도청 대변인실
사진 이제욱_본지 객원작가

강릉 홍제로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대문 양옆 작은 야자수에 정갈하게 정돈된 자갈 마당의 옛집 하나가 등장한다. 

마당으로 들어서면 처마 아래 당호(堂號)가 새겨진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글씨당
요즘 시대에 당호를 내걸어 콘텐츠로 만들고, 알릴 생각을 했다니.
알고 찾아왔지만, 주인장이 새삼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스튜디오로 불리는 글씨당은 한글로 가능한 콘텐츠를 만드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손글씨를 활용한 각종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캘리그래피를 활용한 원데이 클래스도 열린다. 로고와 타이틀, 브랜드 슬로건을 디자인하고 손글씨 공연도 한다.
한마디로 한글 문화예술 전파 공작소라고나 할까.
한글이 콘텐츠 사업이 될 수 있다는 틈새를 찾아, 공연 사업으로까지 연결하고 있는 글씨당의 주인 김소영 대표. 로컬 크리에이터로 불리며 이제는 전국 단위 행사에서 심심찮게 ‘한글을 그리는 예술가’로 공연을 하는 용감한 청년.
그는 사실 강릉 출신이 아니다. 고향 서울을 떠나 둥지를 튼 지 여러 해. 이제는 제법 강릉에서 청년 사업가로, 인플루언서로 이름을 알려가고 있다.

우연히 시작된 강릉 한 달 살기를 통해 지역 축제에 참여해서 매일 글씨 쓰는 일을 하게 되었고 그 후 강의가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해 로고 디자인 의뢰까지 맡게 되면서 벌써 10년이 흘렀다.
“글씨를 쓸수록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끼면서 어느 순간 평생 글씨를 쓰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서더라고요. 그래서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무작정 떠난 온 여행에서 그만 사로잡혔어요”라고했다.




그동안 지역에서 여성 청년 창업가로서 살아낸 세월이 녹록지는 않았다.
“2018년에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공모 사업에 지원, 선정되어 받은 3천만 원이 기초 자금이 되어 지금의 작업실을 세우고 교재를 개발할 수 있었어요”라고 했다.

그리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 한복 퍼레이드 타이틀 디자인을 하게 되었고, 2018 강릉단오제, 2018 중국 국제교류박람회까지 이어졌다. 산림청 제17회 산의 날과 2019년 인천공항 공사의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손글씨 공연도 성공리에 마쳤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 캘리 그래피 디자인센터 강원지회장이기도 한 그에게 글씨를 쓰는 일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신념과 철학을 반영하는 일’이다.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초성, 중성, 종성으로 구성된 한글은 조형성이 뛰어나 붓글씨로 쓰였을 때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된다고 한다.



김 대표는 “작은 손 엽서는 소박한 매력을 주고 대형 붓으로 글씨를 쓰게 되면 역동성이 생겨서 한글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어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다”라고 강조한다.
올해 한국관광공사와 말레이시아, 베트남에서 개최하기로 했었던 한글 퍼포먼스가 코로나19로 무산 됐지만, 꾸준히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하여 게재하고 있는 이유다.
또 재원이 마련되는 데로 여성 작가들과 기획 전시도 열 계획으로 “온라인과 SNS로 글씨당을 알렸지만, 그 과정에는 지역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도와주는 선순환 구조가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모든 가치를 한데 아우를 수 있는 것이 ‘원’이라는 생각에 공연 마지막에 늘 원을 그린다는 그.
많은 영감을 경포호에서 얻는다는 그가 오래도록 강릉 사람으로 남아, ‘한글’ 하면 ‘글씨당’을 떠올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TIP
●문의 : 강릉시 홍제로 45(홍제동). ksycalli.com. 010-7720-4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