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를 아우르고, 북스테이가 되고, 독립출판의 모델을 제시하다
단지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먹거리와 볼거리만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인문 지도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1956년에 문을 연 지 만 63년. 속초 ‘동아서점’은 이제 주인장이 3대손까지 내려왔다.
속초는 이제 책 좀 읽는다고 하는 이들에게는 핫플레이스로 등장하게 됐다. 더구나 서점과 숙박이 결합한 북스테이 ‘완벽한 날들’이 등장하고 산업 유산을 소재로 청년 창업에 성공한 칠성조선소(본보 103호 56쪽)까지 북 카페로 변신 중이라고 한다. 옛것의 새로움에 매료된 환호성이 네티즌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양상이다. 근대의 모습을 간직하면서 계속 발전해온 이야기가 감동을 주고 있는 현상일까?
두근두근했다. 필자에게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책방에는 말 그대로 저마다의 특색이 있어 고르는 맛이 있었다.
문우당서림은 문을 열자마자 우선 빼곡하게 채워진 책들이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마치 책으로 만들어진 집을 찾아온 느낌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켜잡는 글귀들도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온전히 책을 읽은 뒤라야 선별 가능한 내용이다. 발췌하자면 그만큼의 시간과 정성이 소요되었을 터. 주인장의 노고와 마음 씀씀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공간이다. 보물 창고에서 보물 같은 글귀를 거저 얻었다.
불과 5평(16.2m2(평) 척관법에서 넓이를 측량하는 계량 단위. 법률상 사용이 금지되었다.)으로 시작해 35년의 세월을 거쳐 2층 책방이 된 지금, 가입 회원만 3만 명이라 하니 세월과 함께한 추억의 공간이다. “학생이었던 손님이 아기를 안고 와 여기 계셔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던 순간, 20년 넘게 동고동락해 저보다 더 베테랑인 직원들이 이 책방의 자부심입니다” 대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근근하게 이어가던 서점이 변화의 물꼬를 갖게 된 것은 2세대인 딸이 운영에 참여하면서부터. 디자인을 전공한 감각과 큐레이터 역할까지 가미되면서 젊은이들과의 소통이 이뤄지고 지역의 문화공간으로까지 발돋움하게 됐단다. 문화가 있는 날인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자정까지 문을 열고 심야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이 참여하는 정기적인 행사를 기획합니다. 틈나는 대로 각종 강의, 시낭송회, 작가 초대도 하지요. 최근에는 오래된 책에 숨겨두는 보물찾기를 했어요. 오래된 책들이 잊혀 지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지만 반응은 좋았습니다.” 만남을 통한 소통의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그. 책에 대한 애정, 사람에 대한 마음, 공간에 대한 철학이 독자들을 매혹하고 있었다.
사연만 들어서는 참고서만 가득 팔 것 같은 오래된 동네 서점인 동아서점.
이런 편견을 갖고 방문하면, 오래된 거리에 새로 단장한 서점 건물이라 놀라고, 또 안으로 들어섰을 때, 제법 큰 규모에 테마별로 색인 된 도서 분류는 굉장히 세밀해서 전문 서점 같아서 다시 한번 놀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가 아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민다.
필자 역시도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을 잊었다. ‘평소 흥미가 없는 이들조차도 한 권쯤 골라보겠구나!’ 싶다. 단골에게는 더할 나위 없으리라.
평소 늘 찾던 구석에도 흥미로운 주제별로 책을 잘 모아뒀을 터이니. 비결을 물었다. “대형서점에서 담아낼 수 없는 부분들을 저희는 마음과 손으로 표현하고 있답니다.”라는 답을 들었다.
다음으로 우리가 찾은 곳은 북스테이 ‘완벽한 날들’이다.
이쯤이면 상호 이름만 들어도 알아챈다. 특정한 이들을 위한 장소임을. 서점과 숙박시설의 결합체인 완벽한 날들은 주택을 피 향이 가득하고 그림들이 전시되어있다. 척 봐도 베스트셀러가 없는 책방이다.개조해 1층엔 북 카페, 2층이 게스트하우스. 속초 버스터미널에서 1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북 카페에는 특유의 커
최윤복 대표의 이유는 담백하다. “제가 좋아하는 출판사의 책과 소개하고 싶은 책 위주예요. 숨어있는 보석 같은 책을 찾는 손님들을 만날 때 기분이 정말 끝내주거든요”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칠성조선소.
역사는 계속된다는 제목을 내건 이 카페는 60년 전 조선소건물을 그대로 두고 전시공간으로 되살려 재현했다. 바다를 정원으로 품은 조선소의 이야기를 3세대 부부가 정리하고 북 큐레이터 손길이 닿은 공간도 만들었다. 카누를 제작하고 판매하면서 간간히 공연도, 전시기획도 하고 있다. 1952년 문을 연 칠성조선소(본보 103호 게재)는 이제 없지만,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 중이다. 취재를 마치고 오는 길, 오래된 과거를 즐길 수 있는 이곳에서 앞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가며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칠 그들이 있어 참 든든했다.
TIP
동아서점 속초시 수복로 108 033-632-1555
완벽한 날들 게스트하우스속초시 수복로259번길 7 010-8721-2309
칠성조선소속초시 수복로259번길 7 033-633-2309
문우당서림moonwoodang.com 속초시 중앙로 45 033-635-8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