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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
112호
Tour
일본 큐슈 로프 웨이를 가다
VIEW.9398
박상운 강원도청 대변인실
사진 ​박상운 강원도청 대변인실​

프랑스인 ‘스탕달’이 그러했다고 한다.

이태리 피렌체 여행 중 미술 작품을 대면하고, 순간적으로 흥분 상태에 빠져 호흡 곤란을 느꼈고 한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이후 동경하던 위대한 걸작을 보고 난 후 감동을 넘어 강렬한 정신적 충격을 겪는 현상을 일러 스탕달 증후군(Stendhal syndrome)으로 부른다고 한다.



필자는 단지 조그마한 한 마을을 보았을 뿐인데, 일주일을 넘게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었다.

유후인(由布院). 
강원도에서 거리상으로 보면 7~8시간이 걸린다.
춘천에서 동료들과 함께 출발해 양양공항을 거쳐 기타큐슈 공항에서 다시 오이타 현으로, 벳푸시(別府市)를 거쳐 비로소 도착했다. 일본 국내에서도 여러 곳을 지나다 보니 꽤나 복잡한 경로를 거치는 기분이다.

유후시(由布市)는 일본 큐슈섬 동쪽 태평양 쪽에 위치한 오이타 현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오이타시가 현청 소재지이고 위쪽에 일본 최대 온천지로 유명한 벳푸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부터 지방도로 달리면 약 한 시간 거리에 인구 1만여 명이 살고 있는 유후시가 나온다.
대부분이 산악 구릉 지역이기 때문에 내륙성 기후가 강하고 기온 차이가 크며, 일본에서 몇 없는 온대 기후에 속한다.



왜 이곳에 일본인은 물론, 한국, 중국 등 사람들이 몰리는 것일까? 우리가 찾아온 이유였다. 일본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내 온천지 3위 내에 매년 선정되고 자유 여행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패키지여행의 순위를 차지하거나 단체 연수 체험의 단골로 이용되어 대규모 숙박 시설을 갖춘 유명 온천 지역과는 확실히 달랐다. 자동차로 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 모두는 “역시”를 연발하며 동의 표시를 했다.

유후인 역에서 긴린 호수까지 이어지는 곡선의 마을 좁은 골목길들을 따라 오밀조밀하게 들어서 있는 상가들에 자유 여행객들이 많았다. 일명 ‘유후미도리(由布見通り, 유후인 거리)’로 불리는 곳에는 예쁜 상점과 시골 정취를 살린 세련된 레스토랑, 소규모 미술관, 화랑들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함께한 일행 모두를 놀라게 하는 뜻밖의 장소를 만났다.



‘샤갈(러시아 태생) 미술관’은 왜 있는 것이지?’
우리 일행 안내를 맡은 이가 벳푸시의 ‘오츠카 선생’과 얽힌 유후인의 탄생을 이야기해 준다.
“그와 함께 여관을 운영하는 3명의 마을 친구가 오늘날의 유후인을 만들었다.”고 했다.
얼핏, 바둑판 모양 골목길의 우리네 전주한옥마을이 생각났고, 지금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수안보 온천과 설악동 상가지구도 생각났다.



메이지 유신(1868년) 이후 일본 도시는 바둑판 모양의 도로정비가 유행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골목들이 아직도 그냥 곡선인 채로 남아, 여행객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여유를 갖게 해주고 있었다. 유후인의 주민들은 ‘웃으며 언제든지, 다음에도’ 어서 오란다.

 


‘강원도 어느 곳을 유후인과 같이 만들 수 없을까?’
돌아보는 내내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산과 계곡, 골짜기 시냇물로 참 아름다운 마을이던 설악동에 대규모 자본이 들어와 유명 호텔과 리조트들이 들어서며 한때 관광특구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던 이곳은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지역의 현안이 된 지 오래다.

그 대안으로 떠 오른 것이 설악 로프웨이다.
옛 거리를 유지하면서 도시를 재생하고자 하는 의지들이 한반도를 조용히 이끄는 요즘, 필자는 언감생심 강원도의 젠트리피케이션을 꿈꾼다.
홍익대학교 인근(홍대 앞)이나 경리단길, 경복궁 근처의 서촌, 상수동의 예전처럼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에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나 공방, 화랑이 들어서고 입소문을 타고, 유동 인구가 늘었으면 좋겠다.
상권이 활성화되도록 유도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연대해 점포를 운영하며 소규모 상인들이 임대료를 잡게 하는 방어책을 만들어 가면 되지 않을까? 미봉책일지는 모르겠으나 이에 대한 개선책들도 나오고 있으니 꾸준하게 사람들이 올 수 있게 하는 게 과제이지 싶었다.
유후인은 우리들에게 그 방법을 보여주고 있었다.